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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상, 자연학, 유가, 공자 공부

수양과 예방의학 - 치심과 치미병

수양과 예방의학 - 치심과 치미병

수양과 예방의학 - 치심과 치미병
수양과 예방의학 - 치심과 치미병

한국 유학과 한국 한의학이 형성되는 시기의 핵심적인 두 인물인 퇴계와 허준의 기록을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활인심>에서 치심과 중화탕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유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차시에서는 동의보감에 인용된 내용을 살펴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신체적 질병을 예방하는 길이라는 관점을 보다 심화해서 사색하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의보감> 내경 편 신형문 '도로써 병을 치료한다(以道療病)'에서 인용하고 있는 <활인심>의 내용은 치료에 있어 마음 수양의 실질적인 효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치미병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린다'는 말의 원문이 바로 '치미병(治未病)'인데요. 모든 질병의 치료 성공률에 있어 선결요건이 초기 발견에 있는 것처럼, 병이 되기 전에 병의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치료일 것입니다. 치미병의 개념은 <활인심> 이전에 이미 <황제내경> <소문> 사기 조신대론에서 나오는데요, 이후 한의학의 예방의학 사상으로서 중요하게 강조되어 왔습니다. 치미병은 한의학이 지닌 양생 의학으로서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사유이기도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치료에 앞서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도로써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하며, 치미병에 있어서도 마음의 수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학과 한의학을, 수양과 양생의 키워드로 그 접점을 찾기 위하여 마음의 정신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면서 살펴보고 있지만, 동의보감과 같은 의서의 많은 내용은 몸의 치료를 통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반대의 방향성도 충분히 제시하고 강조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기라 고도할 수 있는데요, 금원사대가 중 한 명인 장종정(장자화)은 "모든 병이 기에서 생기고 모든 통증은 기로 말미암은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한의학에서 양생을 다루는 부분 외에 마음은 대부분 장부로서의 심장이나 기와 결합한 '심기'에 더욱 가깝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상시 마음 수양을 통해서 병을 예방하고, 질병에 있어서는 약물이나 각종 치료의 도움을 받아 몸을 통해 마음을 회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몸의 치료는 질병의 종류와 증상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게 때문에 전문적인 의학의 영역이 되는데, 동의보감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의학은 병리만 분리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은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마음 수양이나 양생을 생리의 맥락에서 같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유학과 한의학이 우리 일상 속에서 통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에서 수양과 양생을 도모할 때는 마음에 기초하되 몸의 순환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요, 그 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퇴계가 마음을 닦는 학문적 실천과 더불어 몸을 돌보는 노력을 꾸준히 병행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학과 한의학 모두 이치로서의 도, 마음, 감정, 기질, 몸 등을 유기적으로 사유하고 있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하루하루도 몸과 마음에 대한 균형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성학십도

퇴계가 어린 임금 선조에게 지어 올린 <성학십도> 중 제10도 숙흥야매 잠을 떠올려봅니다. 숙흥야매 잠은 송(宋) 나라 진백(陳栢)이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 지은 글인데, 그 내용을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의 하루를 시간의 흐룸에 따라 그리고 있습니다. 제1도인 태극도에서 시작하여 인간다움의 본질과 마음에 대한 깊은 탐구를 거쳐, 다시 일상으로 가지고 들어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갈까를 얘기하는 것으로 성학십도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퇴계가 덧붙인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유학이 추구하는 학문이란 어느 한순간도 공부가 아닌 때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문과 수양은 잠시라도 떠날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수양과 치미병의 실천적, 일상적 의미를 생각해보면서, 퇴계가 숙흥야매 잠도 덧붙인 "숨어있는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고 은미한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아는 마음의 기미에서 삼간다. "라는 자사의 말을 오늘의 하루 가운데 다시금 새겨보게 됩니다.